책 읽기 세상 읽기 ㅣ 레나타 살레츨의 『알고 싶지 않은 마음』

 마음은 왜 ‘무지’를 소망하는가 『알고 싶지 않은 마음』






  여전히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 사람들, 나치의 홀로코스트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사람들, 백신에 대한 끔찍한 음모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객관적 사실을 믿지 않고 주관적 믿음에 근거해, 눈앞에 존재하는 사실들마저도 돌아보려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자신의 평소 믿음에 부합하는 정보에만 주목하고, 그와 맞지 않는 정보는 무시하고 부정하며 심지어 비난하고 공격하는 사고방식. 이를 확증편향의 오류라고 한다. 진실을 탐구하는 것이 아니라 ‘믿고 싶은 진실’을 미리 정해놓고, 그것과 맞지 않는 정보는 계속 밀어내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확증편향의 성향이 사회의 중요한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칠 때 인간은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지르게 된다. 백신 음모론을 믿다가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끝내 사망한 사람들도 있고, 나치의 홀로코스트를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역사의 시곗바늘을 거꾸로 돌리려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치명적인 오류들은 역사의 진보뿐 아니라 공동체의 평화 자체를 위협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진실이 너무 고통스러워서 회피하려는 노력, 그것을 철학자 레나타 살레츨은 ‘무지를 향한 열정(passion for ignorance)’이라고 표현했다. 레나타 살레츨의 『알고 싶지 않은 마음』은 감당하기 어려운 난제에 부딪힐 때마다 ‘제대로 알려는 노력’보다는 ‘사태를 회피하려는 방향’을 선택하는 인류의 무지를 꼬집는다. 특히 2020년 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 세계로 퍼질 때, 많은 국가들은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마치 ‘머나먼 다른 세계의 일’인 것처럼 방관하거나 회피함으로써 전염병의 확산을 더욱 부채질했다. 북한은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2020년 3월 초, 코로나19 사례가 하나도 없다고 보고했다. 러시아에 팬데믹이 이미 확산되고 있을 때, 러시아 관리들은 코로나 바이러스 사망자를 폐렴 사망자로 분류할 정도였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전대미문의 재앙임을 인식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무지를 향한 열정’은 왜 발생하는 것일까. 그것은 ‘무지’를 가장하거나 ‘무지’하다는 사실 자체로부터 커다란 이익을 얻는 세력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러시아 당국은 코로나 바이러스를 일반적인 폐렴으로 치부해버림으로써 바이러스로부터 의사들을 지킬 보호 장비조차 없다는 사실을 은폐할 수 있었다. 의료 현장에서는 마스크를 비롯한 수많은 보호 장비가 부족하다는 호소가 빗발치는데, 관료들은 그들의 간절한 호소를 가짜 뉴스로 치부해버렸던 것이다. 심지어 터키의 국영 언론은 “터키인의 유전자 덕분에 터키인 대부분은 면역력이 있다”고 보도하고, 평소처럼 생활하라고 장려해 코로나 전파 속도를 높이기도 했다. 그런 식으로 엄연한 진실을 왜곡하고 사실로부터 도망침으로써, 그들은 ‘안일하게 사태를 방관함으로써 발생하는 이익’을 누렸던 것이다. 팬데믹에 관해 은폐하고 싶은 것이 있는 사람들, 팬데믹에도 아랑곳없이 더 많은 돈을 벌고 싶은 사람들은 사실로부터 도망침으로써 자신들만의 가상의 은신처를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팬데믹의 위협을 축소해 인식한 많은 국가 수장이나 유력 인사들이 실제로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됨으로써 이 모든 노력은 수포로 돌아갔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무지를 향한 열정’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일단 코로나19로 인한 전 세계적인 비상사태를 어떻게든 무시하고 ‘살던 대로’ 편하게 살려 하는 관성화된 사고방식과 싸워야 한다. 코로나19가 울리는 경종은 바로 오늘날의 자본주의가 불평등을 심화하고 기후변화를 촉진한다는 것, 그 엄연한 사실을 인류가 받아들이고 문제점을 개선해나가야 한다는 점이다. 2020년 3월 말 최초로 온라인으로 열린 G20회의에서 세계 지도자들은 ‘평소와 마찬가지로 기업 활동을 계속해나가는 것’을 중시했고, 세계가 유행병을 ‘극복할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여전히 세계는 팬데믹을 극복하지 못했다. 정치 지도자들이 기업의 이익에 손을 들어줄 때마다, 환경은 더욱 심각하게 파괴되고, 사회적 불평등은 더욱 심화된다. 

  하루가 멀다 하고 유명인들의 가십 기사나 정치인들의 스캔들이 터질 때마다, 우리 마음속에는 ‘차라리 몰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둥지를 튼다. 너무 충격적인 소식들, 우리의 마음을 어지럽히는 고통스러운 뉴스들이 마음을 괴롭힐 때, 우리 마음은 도망칠 공간을 찾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도망칠 곳은 없다. 우리는 이 모든 정보들을 제대로 알아야 하고, 알고 대처하는 것이 모르고 뒤통수를 맞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우리는 편안하고 행복한, 아무런 고통도 없는 상태를 갈구하지만, 삶은 그렇지 않다. 삶의 아름다움은 고통의 제로 상태가 아니라, 고통을 극복한 뒤의 용기, 고통에 지혜롭게 대처하는 실천에서 우러나온다.  


정여울 작가. 저서로 『늘 괜찮다 말하는 당신에게』, 『그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월간정여울-똑똑』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