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기 시대, 기후변화에 대한 불교적 조명

 기후 위기 시대, 기후변화에 대한 불교적 조명



오충현

동국대학교 바이오환경과학과 교수





  산업혁명 이후 인류는 역사상 경험하지 못한 문명의 발달을 이루었다. 그러나 이전의 농업혁명이 태양에 의존했던 것과는 달리 산업혁명은 지하에 매장된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진행되었다. 화석연료 사용은 에너지 고갈에 대한 염려와 다양한 환경오염이 문제가 되었다. 오늘날 우리가 겪고 있는 기후변화, 환경오염, 생태계 훼손과 생물다양성 문제가 대표적인 환경문제다. 그런데 이와 같은 환경문제는 인류가 그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일로 회복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아 지구의 지속 가능성에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문제에도 불구하고 산업혁명에 의해 촉발된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는 인간이 가진 욕망의 뇌관을 터뜨리며 시간과 공간, 물질의 소비량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시켰다. 균형과 절약이 더 이상 선으로 작용하지 않고, 소득과 소비가 선으로 작동하게 되었다. 국가 간의 물질과 부의 분배는 역사상 가장 불균형한 상태에 빠지게 되었고 빈부 격차가 심화되었다. 그 결과 두 차례의 세계 대전과 핵폭탄을 기반으로 하는 냉전 체제가 진행되었다. 하지만 이를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들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으로 계속되고 있다.

  그 결과 인류는 과거 경험하지 못했던 지구 차원의 전염병 창궐과 폭염, 폭우, 대규모 산불, 기근과 물 부족 같은 문제에 봉착했다. 하지만 상황이 악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간들은 뜨거운 냄비 속의 개구리와 같이 이 문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 개선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안고 뜨거운 냄비 속을 탈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지구상에 있는 모든 생물은 생물과 생물 간, 또는 생물과 환경 간에 상호 의존적인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식물과 동물, 미생물들은 상호 의존하면서 순환하는 삶을 산다. 어제의 식물 잎이 오늘은 동물의 세포가 되고, 오늘의 동물 세포는 내일은 미생물의 기관이 된다. 이렇게 생명들은 상호 의존하면서 수억 년의 세월을 순환하며 살아왔다. 순환은 단순히 생물들 간에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식물이 만드는 산소는 동물의 호흡에 활용되고, 동물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는 식물의 물질대사에 활용된다. 이 과정에서 산소와 이산화탄소뿐만 아니라 물과 지구상의 모든 원소들이 상호 의존하면서 순환한다.

  이 순환이 멈추게 되면 지구는 멸망하게 된다. 조금이라도 순환이 정지되면 우리는 이것을 환경오염이라고 부른다.  

  산업화 과정에서 우리는 이런 오염을 수없이 경험해왔다. 금수강산이라고 불리던 우리 강토 역시 강에서는 부영양화, 공기는 미세 먼지와 같은 오염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게 되었다. 환경오염에 대한 반대급부로 우리나라는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이 되었다. 『파우스트』에서 악마에게 돈을 받고 영혼을 파는 것과 같이 돈을 받고 환경을 판 격이 되었다. 

  그런데 일반적인 환경오염보다 더 큰 문제는 지구 차원의 기후변화다. 우리가 그동안 무심코 탔던 자동차와 기차, 비행기가 배출한 이산화탄소, 우리가 돈을 벌기 위해 공장을 돌리면서 배출한 온실가스, 전기를 생산하면서 발전소에서 배출한 온실가스들이 이제는 지구의 균형을 깨뜨리는 무시무시한 존재가 되었다.

  지구는 현재 빙하가 녹아 해수면이 상승하고, 한파와 열돔 현상, 폭우와 극심한 가뭄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수억 년 동안 균형을 이루었던 지구 환경이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꿀벌이 활동하는 시기에 기온이 급강하해서 꽃이 떨어지게 되면 꿀벌은 떼죽음을 당한다. 꿀벌이 죽으면 농부는 1년 농사를 망치게 되고 많은 사람들이 기아에 시달리게 된다. 제비가 오는 시기에는 애벌레의 활동이 활발해야 먼 거리를 날아온 제비들이 영양을 보충할 수 있다. 먼 거리를 이동하면서 쇠약해진 건강을 먹이를 통해 회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시기에 비가 많이 내리거나 봄이 빨리 와서 애벌레들이 사라지게 되면 제비가 먹이 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해 떼죽음을 당하게 된다. 이런 현상을 생태학적 불일치라고 한다. 생태학적 불일치란 생명들이 각각 활동하는 시기와 환경이 부조화 및 불일치를 일으키는 현상이다. 이런 현상이 지속되면 지구에서 살아가는 많은 생명체들이 사라지게 된다. 인간의 과다한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해 생겨난 기후변화가 결국 지구상의 다른 생명들을 사라지게 하고 마침내 인간의 생존까지 위협하게 된 것이다.

  환경과 인간은 상호 의존적인 관계다. 그런데 산업혁명 이후 봉인이 해제된 인간의 욕망은 이 상호 의존적인 관계를 훼손했다. 짧은 기간으로 보면 인간의 욕망은 큰 무리 없이 성취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결국 끝이 없는 인간의 욕망은 지구 전체의 지속성을 파괴해 인간 스스로 미래를 보장하지 못하게 되었다. 

  연기설에서 우주는 상호 의존적이고 상호 침투하며, 상호 관련이 있는 존재라고 한다. 결국 어떤 존재가 우세하게 되면 돌고 돌아 우세함의 결과가 그 존재에게 영향을 주게 된다. 인간이 환경과의 상호 의존적인 관계를 훼손한 것은 인간에게 영향을 주게 되고, 결국 인간은 그로 인해 멸망할 수밖에 없다.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환경문제는 인간의 마음과 행동으로부터 기인한 것이다. 따라서 이것을 제거하거나 줄이는 방법 또한 인간의 마음과 행동을 회복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붓다는 고통이라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먼저 괴로움의 원인을 알아야 한다고 했다. 인간이 고통받는 원인은 무명(無明)과 욕망, 통찰력의 부족 때문이다. 결국 인간이 겪고 있는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역시 그 원인을 알고, 욕망의 크기를 줄이고, 욕망으로 인해 벌어지고 있는 전체 상황을 인식하는 통찰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 실천해야 한다.

  환경문제의 원인을 알기 위해서는 환경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환경 교육을 넘어서는 통찰력이 필요하다. 이것은 종교 차원의 접근일 수 있다. 틱낫한 스님은 의자를 보면 일반인은 목재(모양)와 쓰임만 본다고 했다. 하지만 통찰력을 가지고 보면 나무와 숲, 의자를 만든 목수의 입장, 의자를 대하는 우리 마음을 볼 수 있다고 했다. 스님은 그 방법으로 명상을 강조했다.

  이를 통해 기후변화와 환경문제로 고통받는 뭇 중생들의 입장을 공감하고 그들의 안녕을 기원할 수 있다. 이것이 너와 내가 다르지 않다는 동체의식이다. 동체의식을 가지면 내 욕망만을 우선하기 어렵다. 환경문제를 넘어 부조리하고 불균형한 다양한 문제들에 공감하게 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물질적 오염과 외적 오염의 원인은 정신적 오염과 내적 오염에 기인한다. 도덕적 타락은 개인뿐만 아니라 개인이 속한 환경까지 오염시킨다. 오염의 원인은 욕망과 습관이다. 이를 해결하려면 환경과 내가 서로 다르지 않음을 아는 동체의식을 회복해야 한다. 그리고  실천해야 한다. 불교에서는 이를 계율로 정하고 있다. 계율의 실천이 필요하다. 그래서 실천을 통해 우리 모두가 녹색 수행자가 되어야 한다.

  붓다께서 무상정등각을 성취하시고 나서 바로 하신 일은 그동안 햇빛과 비바람을 막아준 보리수에 대한 감사 인사였다. 의식이 없는 나무라고 하는 존재에 대한 감사였다. 지금 시대는 나무도 의식이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현대의 언어로 이야기하면 환경에 대한 감사였다. 붓다께서 감사했던 의식 없는 존재인 환경(식물과 흙, 공기, 물 등)에 대한 재인식이 필요하다. 현대 생태학에서는 이것을 생태계 서비스라고 한다. 생명을 지키기 위한 노력과 그 노력의 결과로 인해 인류가 받는 혜택, 즉 서비스라고 하는 관점이다. 이제는 의식 없는 존재들과 의식 있는 존재들의 상호 의존과 상호 관계에 대한 새로운 이해가 필요하다.

  기후변화는 지금 시대의 가장 큰 환경문제다. 그 원인은 인간에게 있다. 인간은 원인자이며,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 책임과 해법을 가진 주체다. 연기설에 따르면 인과응보다. 인간이 환경문제의 고통에서 벗어나려면 환경문제의 원인을 알고 그 현상에 대한 통찰력을 지녀야 한다. 그리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실천이 필요하다. 기후변화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붓다께서 의식 없는 존재인 나무에 대해 감사했던 것을 되새기고 이를 실천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생명을 가진 존재들과 생명이 없다고 생각되는 환경 구성 요소들은 상호 의존하는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오충현 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조경학 석사와 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시 도시계획국 공무원, 한양대 겸임 교수를 역임했다. 현재 동국대 바이오환경과학과 교수로 있으면서 동 대학 생태계서비스연구소 소장, 국가 지속가능성위원회 환경분과위원장 등을 맡고 있다. 주요 저서로 『환경생태학』(공저), 『코로나 팬데믹과 기후위기시대, 생물다양성에 주목하다』(공저)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