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4: 불교와 폭력ㅣ 가정, 학교, 정치판의 폭력과 불교적 대응 방안

가정, 학교, 정치판의 폭력과 불교적 대응 방안



연기영

동국대학교 법과대학 명예교수





코로나 시대에 왜 폭력은 늘어나는가?

  코로나 확진자가 또다시 증폭하면서 언택트(비대면) 시대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 불안하고 복잡하다.

  이러한 사회적 환경 속에서 재택근무가 일상화되면서 가족 간의 갈등과 폭력도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또한 학교 문이 닫히고 비대면 학습을 하면서 학교 폭력이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는데 오히려 사이버 폭력이 급증하면서 사이버 학교 폭력은 대폭 증가했다는 보고도 잇달아 발표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지난 4월 청소년폭력예방재단 ‘푸른나무재단’이 발표한 ‘2021 학교 폭력·사이버 폭력 실태 조사’에 따르면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 등 온라인을 통한 사이버 폭력 비율은 세 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도 전국적으로 사이버 폭력과 집단 따돌림이 증가했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학교 폭력이 청소년기 학교 현장을 벗어나면 사라질 듯하지만 대학, 직장, 정치판까지 그와 비슷한 경험이 이어지는 경우가 많기에 우리 사회 전반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정치판에서는 여·야가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고 극한 대립 속에서 법안 통과 등 의안을 다룰 때 물리적 폭력이 일어난다. 오죽하면 “국회가 이종격투기장 같다”(이만섭 전 국회의장)는 말이 나올 만큼 우리 국회의 몸싸움과 폭력은 전 세계적인 웃음거리가 되기도 했다. 툭하면 막말과 욕설이 난무한다. 


폭력을 막을 수 있는 불교의 교리 사상적 대안

  부처님은 폭력의 원인과 폭력 사태를 막을 수 있는 가르침을 많은 경전에서 설파하셨다. 우선  비폭력 ‘아힘사(Ahimsa)’ 정신이다. 불살생의 계율을 바탕으로 한 인도의 전통적 사상이자 부처님의 가르침인 ‘아힘사’ 사상은 현대판 아소카왕으로 칭송받는 간디에 의해 구현되었다. 지금도 세계적인 불교 영성의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가 몸소 실천하고 있다.  

  또한 21세기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무자비한 폭력은 불교의 연기론적 세계관을 공부하고 이해하면 쉽게 사라질 것이다.  불교의 핵심 가르침인 연기법을 생활 속에서 실천한다면 폭력의 원인인 모든 욕망과 분노에서 해방될 수 있을 것이다. 삶의 이치와 우주 만물의 이법을 설파한 연기법은 『쌍윳따 니까야』 등 초기 경전에서 계속 반복해서 나오고, 『금강경』·『화엄경』 등 대승 경전에서는 우주적 차원에서 총상·별상·사사무애·이사무애 등으로 개념화·체계화를 이루고 있다. 부처님이 깨달은 연기법은 인간과 우주 만물의 세계를 올바르게 바라보며 인간의 근원적인 괴로움(苦)을 해결하기 위한 이치를 알려준 것이다. 우리가 존재하고 있는 시간과 공간의 구조적 체계를 과학적으로 설명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연기법을 다양한 관점에서 이해하고 실천하기 위한 부처님의 가르침으로는 일체법, 삼법인, 사섭법 등 핵심 교리를 들 수 있다. 

  일체법(Sarva Dahrma)은 모든 물질적·정신적 존재 현상의 법칙을 면밀히 분석한 사상 체계다. 즉 인연으로 일어나는 모든 존재 현상을 오온(五蘊), 12처, 18계 등으로 설명하며,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교리가 정립되어 있다.

  삼법인(三法印)은 우주 만물의 진리를 도장으로 새겨놓은 징표다. 불교의 기본 사상이며, 구체적인 수행 체계의 교리다. 이 교리 사상은 『니까야』 등 초기 경전에서는 찾아볼 수 없지만, 부파불교시대 ‘성일체유부’ 율장에서 나타나기 시작해 대승 경전에서 체계화되기에 이르렀다.

  ‘제행무상’, 즉 모든 존재 현상은 생성되어 소멸한다는 무상함이며, ‘제법무아’, 즉 모든 존재 현상에는 ‘나’라는 실체가 없고, ‘일체개고’, 즉 변화무쌍한 존재 현상을 일시적으로 존재하는 ‘나’라는 갈등 구조 속에서 늘 괴로움에 사로잡혀 있다는 것이다. 그 괴로움에는 생로병사 네 가지 고통과 함께 애별리고, 원증회고, 구부득고, 오온성고를 더해 여덟 가지 고통이 있다. 인간들은 이러한 고통을 극복하지 못해서 화가 나고 참지 못해서 폭력이 나오기 마련이다. 물론 대승 경전에서는 ‘일체개고’ 대신 ‘열반적정’을 삼법인에 포함시키기도 하고, 모두 함께 사법인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무상과 무아를 올바르게 깨닫지 못하면 세상만사가 괴로움이지만, 이를 깨닫는 순간 청정한 본래면목(자성청정심, 여래장, 참마음)이므로 선불교에서는 열반적정을 대단히 중요하게 여긴다.


폭력 퇴치를 위한 불교의 실천적 대응 방안

  첫째, 불교의 수행법인 팔정도를 실천하는 것이다. 팔정도는 괴로움을 없애는 종합적인 수행 방법이기 때문이다. 팔정도 수행의 출발점은 정견이다. 여기서 팔리어의 ‘삼마(Samma)’를 한자로 ‘바르다’, 즉 ‘정’으로 번역했지만 본래 ‘중도’라는 뜻이라고 한다. 치우친 견해를 갖지 않는 것이 바로 ‘정견’이다. 다음으로는 바른 생각을 하는 ‘정사유’, 바른 말을 해야 하는 ‘정어’, 바른 행위를 해야 하는 ‘정업’, 규칙적이고 건전한 직업 윤리를 지녀야 하는 ‘정명’, 바른 반야 지혜를 증득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정정진’, 바른 마음 챙김과 바른 관찰을 해야 하는 ‘정념’, 마음을 바르게 한곳에 집중해 삼매에 들도록 하는 ‘정정’ 등 여덟 가지 수행 방법은 계·정·혜 삼학에 대응시켜서 설명할 수도 있을 것이다.

  둘째, 사섭법을 깨닫고 실천하는 방법이다. 즉 인간이 자비스러운 마음을 일으켜 고통에서 벗어나 기꺼이 베풀게 하는 ‘보시’를 행하게 하고, 항상 따뜻한 얼굴로 부드럽고 사랑하는 말인 ‘애어’로 인간관계를 맺고, 중생을 이롭게 하는 ‘이행’을 실천하며, 중생과 더불어 고락을 함께하는 ‘동사’의 정신으로 사회 공동체의 삶을 살아가야겠다는 서원을 세우고 즐겁고 행복한 생활을 하는 것이다.

  셋째, ‘사무량심’ 수행법을 가르치고 실천하는 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인간의 일상생활을 연기론적 인생관과 세계관에 입각해 삶의 질을 변화시킬 수 있는 수행법이 사무량심이다. 자애와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연민으로 보살피고, 중생의 기쁨을 더불어 함께 기뻐하고,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좋고 나쁨에 휘둘리지 않는 평정심으로 생활하는 방법을 수행하는 것이다. 결국 지혜와 자비로 경전을 독송하고 참선 수행으로 참다운 부처님의 가르침을 공부하고  네 가지 덕목을 실천하는 운동을 불교계가 더 적극적으로 앞장서서 펴나가야 한다.

  넷째, 오늘날 현대인들의 화두가 되고 있는 ‘명상’을 불교적 교리 사상적 바탕으로 프로그램을 개발해 널리 홍법하는 실천 운동이 대단히 중요하다. 현재 다양한 명상 프로그램이 불교뿐만이 아니라 동서양의 전 문명권에서 붐이 일고 호평을 받고 있다. 그러나 다른 종교보다는 불교가 명상 전통이 풍부하고 주된 수행법으로 명상을 발전시켜온 것이 사실이다.

  초기 불교의 명상 수행은 주로 ‘지(止)’와 ‘관(觀)’이라는 서로 밀접한 두 가지 방법을 채택했다. 즉 고요함을 계발하는 사마타 수행과 내부 통찰을 계발하는 위빠사나 수행을 포함하고 있다. 남방불교와 티베트 불교에서 전통을 이어왔고 오늘날 널리 퍼져 있다. 경전의 근거는 초기 경전 『아함경』과 대승 경전 『해심밀경』에 둔다. 천태지관법 등에 의해서도 계승되고 있다.

  최근에는 만다라 명상법이 불교의 유식학과 서양의 심리학을 바탕으로 체계적인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치유와 힐링을 위한 새로운 프로그램을 개발해 실행하고 있음은 대단히 유익하고 고무적이다.  특히 미술 치료, 음악 치료와 같은 기법을 도입해 다양한 정신 질환을 앓고 있는 현대인들의 마음을 정화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만다라 명상을 통한 미술 치료는 이미 학문적인 체계를 확립하기에 이르렀고, 폭력의 원인인 화를 잠재우고 육체적·정신적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 크게 공헌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제 불교계가 좀 더 적극적으로 만다라 명상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교육과 홍보를 통해 대중들에게 널리 보급하고, 수행 체계를 확립해 실천한다면 상당 부분 폭력을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연기영 동국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독일 괴팅겐대 법과대학을 졸업했다(법학 박사). 동국대 법학과 교수 및 동 법과대학 학장, 한국교수불자연합회 회장, 한국스포츠엔터테인먼트법학회 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동국대 법과대학 명예교수로 있다. 주요 저서로 『스포츠법학의 새로운 지평』, 『스포츠법학 연구』, 『객관식 민법』, 『법학개론』(공저)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