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와 신경과학의 세계 2 ㅣ 비대면 시대의 몸과 두뇌

비대면 시대의 몸과 두뇌 


석봉래

미국 앨버니아 대학교 니액 연구 교수




  팬데믹 상황이 계속되면서 비대면 활동이 늘어나고 있다. 많은 이들이 직접 얼굴을 맞대고 소통하기보다는 통신 기기에 의존해 만나거나 회의를 하고 있다. 이 중 특별히 널리 사용되고 있는 방식이 화상을 이용한 비대면 소통이다. 이러한 소통 방식이 신체와 두뇌의 인지적 기능에 피곤을 일으킨다는 연구가 최근 발표되었다. 미국 스탠퍼드대학교의 제러미 베일린슨(Jeremy Bailenson) 박사는 줌(zoom)을 사용하는 회의에서 나타나는 심리적 피곤 증상을 조사했다. 줌 피곤증(zoom fatigue)이라고 명명된 이 정신적 스트레스는 비대면 화상 회의에서 나타나는 신체와 정신의 가상 환경에 대한 부적응을 보여주는 증상이다. 

  비대면 화상 회의는 작은 컴퓨터 화면을 오랫동안 집중해서 보아야 하는 시각적 불편 외에도 여러 가지 심리적, 인지적 어려움을 일으킨다. 카메라의 각도나 거리 때문에 타인의 확대된 얼굴을 가까운 거리에서 계속적으로 응시하면서 대화해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때 나타나는 불편과 무의식적인 긴장감은 매우 크다. 또한 비대면 원격 회의에서는 자신의 말하는 모습이 화면에 나타나는데 이 또한 혼란스러운 요소 중에 하나다.  

  또한 비대면 화상 회의에서는 비언어적 정보가 (자세, 시선의 방향, 머리의 움직임, 손동작, 숨소리, 몸체의 움직임 등등이) 쉽게 지각되거나 전달되지 않기 때문에 대화의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이러한 문제로 인해서 대화 도중에 평소보다 과장된 동작을 하거나 목소리를 높이는 경우가 발생한다. 

  필자가 신경과학의 발전을 전망하는 글에서 이러한 줌 피곤증을 설명하는 것은 비대면 화상 회의가 보여주는 피곤감과 인지적 과부하가 마음과 두뇌에 관해 시사하는 바가 크기 때문이다. 즉 마음을 오로지 신호나 언어의 정보 처리 체계로 보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마음은 신체를 통해 활동하며 정보를 받아들이고 판단을 내리는 존재다. 이러한 마음과 몸의 과정이 자연스럽게 연계되지 않으면 그것을 보충하기 위해 온갖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 이 점을 두뇌의 시각으로 바라보면 최근의 신경과학의 새로운 경향들이 이해된다. 두뇌는 인간이 가진 인지적 기능을 담당하는 핵심 기관으로 알려져왔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고 추리하고 판단하는 능력이 두뇌의 가장 중요한 기능이라고 알고 있다. 하지만 줌 피곤증에서 나타나듯이 두뇌는 단순히 정보를 오로지 그 자체의 내용만을 가지고 처리하는 기관은 아니다. 두뇌는 몸을 통해 환경과 상호작용하며 환경에서 주어진 정보를 몸의 입장에서 이해하기도 한다. 우리는 다른 사람과 대화할 때 그 사람이 하는 말의 내용만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고 그 사람의 몸짓과 손동작, 억양과 숨소리, 그리고 대화의 환경이나 분위기를 종합해 그 사람의 의도를 파악한다. 대화가 벌어지는 전체적인 환경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거나 몸과 손의 움직임이 자연스럽게 지각되지 않으면 대화가 공허하게 느껴지거나 기계적으로 이해될 뿐만 아니라 어떤 경우에는 오해가 생기기도 한다.   

  신경과학은 이러한 몸과 관련한 인지 기능에 관해 많은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몸과 감정과 인지의 상호 연합적 성격에 대한 연구다. 최근 신경과학의 연구들은 감정과 신체와 인지를 서로 분리해 조사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감정-신체-인지의 통합적 시각을 발전시키고 있다. 감정은 신체의 기능과 밀접하게 연결된 정신 작용이다. 감정의 변화에 따라 심장박동이 달라지거나 숨이 가빠지거나 열이 오르기도 한다. 긴장(스트레스)이 계속되면 인지적 판단이 흐려지게 될 뿐만 아니라 교감신경이 과도하게 자극되고 몸의 면역력이 떨어지게 된다. 몸과 감정의 변화는 인지적 능력과 분리되어 있지 않다. 두뇌의 복내측 전전두엽 피질(Ventromedial Prefrontal Cortex)은 사회적 감정에 관한 정보를 의사 결정과 판단에 연결하는 기능을 하고 있다. 낯설고 불확실한 상황에서 결정을 내려야 하는 경우 복내측 전전두엽의 기능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이 밝혀졌다. 복내측 전전두엽이 손상되면 위험스러운 상황의 변화하는 조건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판단을 내리는 경향이 있음이 관찰되었다. 편도체(Amygdala)는 감정을 일으키고 처리하는 변연계(Limbic System)의 중심축을 담당하는 두뇌 기관이다. 그런데 편도체는 시각 정보 처리나 기억과 같은 인지 기능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이 밝혀졌다.   

  뇌섬(Insula)의 활동은 몸과 마음과 인지의 복합성을 잘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다. 뇌섬은 몸의 전반적인 상태를 감지하는 기능을 담당하는 신체의 감각 기관이다. 몸이 피곤해 상태가 좋지 않다는 느낌을 받는다면 그것은 바로 뇌섬의 신체 감각 때문이다. 이 뇌섬은 매우 독특한 인지 감정적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뇌섬은 추상적 의식이 아니라 나 자신이 주어진 환경에 대해 갖는 구체화된 의식, 즉 몸의 의식을 나타내는 기능을 한다는 보고가 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뇌섬이 불교적 명상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불교적 명상을 수행한 이들의 뇌에는 뇌섬의 활동이 강화되고 그 부피가 증가했음이 보고되고 있다. 아마도 호흡이나 구체적인 신체 상태에 집중하는 것에서 명상을 시작하기 때문에 이런 연관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깨달음의 구체성과 개방성이 뇌섬과 명상의 연결점을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생각한다. 불교는 흔히 정신적 각성의 (즉 깨어 있음의) 종교라고 한다. 하지만 불교는 추상적 사고나 사변적 철학의 종교는 아니다. 지금 여기 이 순간에 나타나는 경험에 편견 없이 집중하는 마음의 열린 자세를 강조하는 종교다. 집착하는 마음이나 분산된 마음이 아니라 있는 것을 그대로 볼 수 있는, 바로 여기서 숨 쉬고 있는, 몸의 의식이 오히려 불교의 깨어 있는 마음과 명상의 정신에 합당할 것이다. 주어진 상황을 있는 그대로 보도록 도움을 주며 깨달음으로 이끄는 마음은 바로 뇌섬이 제공하는 구체적인 몸의 의식에서 시작될 것이다. 몸을 그 구체적인 상황에서 멀어지게 만드는 비대면의 인터넷 가상 세계는 몸과 마음과 감정을 연결하는 두뇌의 통합적 인지 과정에 상당한 부담을 주는 환경이다. 물론 현재 팬데믹 상황에서는 비대면 원격 소통은 반드시 필요하고 발전할 테지만 가상 세계에서 떠도는 몸과 마음을 지금 여기로 돌아오게 하는 명상의 시간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석봉래 서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애리조나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후 신경과학 박사 후 과정을 거쳐 현재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앨버니아 대학교(Alvernia University)에서 니액 연구 교수(Neag Professor of Philosophy)로 재직하고 있다.